우티스 · 20대 · 남 · ISTP
9월 10일 오후 10:02제일 잘 만들어진 부분은 9권 동굴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상보다 절차로 읽었습니다. 조건이 고약합니다. 출구는 거대한 돌로 막혀 있고 그 돌은 폴뤼페모스만 옮길 수 있습니다. 괴물을 죽이면 안에서 같이 굶어 죽습니다. 죽이지 않으면 하루에 두 명씩 먹힙니다. 힘으로도, 도주로도 풀리지 않습니다. 오뒷세우스가 한 일은 세 단계입니다. 첫째, 독한 포도주를 먹여 판단력을 떨어뜨립니다. 둘째, 이름을 묻자 '아무도 아니'라고 답합니다. 셋째, 죽이는 대신 눈만 찌릅니다. 문을 열 손은 남겨두고 추격 능력만 지운 겁니다. 그래서 다른 퀴클롭스들이 비명을 듣고 몰려왔을 때 '아무도 나를 해치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가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양의 배에 매달려 나갑니다. 눈이 아니라 손으로 하는 검문을 역이용한 거죠. 세 단계가 각각 조건 하나씩을 지웁니다.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가 유일하게 실수하는 곳도 이 장면입니다. 배를 무사히 띄운 다음, 참지 못하고 자기 본명을 외칩니다. 그 한마디로 저주가 주소를 찾아가고 십 년이 더 걸립니다. 계산은 완벽했는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못 눌렀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이 인물을 제일 사람같게 만든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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