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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나무 · 30대 · 여 · ISFP
9월 10일 오후 10:03파도와 괴물의 이야기로 알고 펼쳤는데, 제게 남은 것은 집 안에서 벌어진 일들이었습니다.
페넬로페가 삼 년 동안 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좀 아득합니다. 구혼자들이 집에 들어앉아 남의 가축을 잡아먹는 동안, 그녀는 수의를 다 짜면 재혼하겠다고 약속하고 낮에 짠 것을 밤마다 되돌렸습니다. 끝나지 않게 하려고 자기 손으로 자기 일을 지우는 밤을 천 번쯤 반복한 셈입니다. 이걸 기다림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리는 게 저는 아쉬웠습니다. 기다림은 가만히 있는 것이지만, 그녀가 한 일은 매일 밤 새로 내려야 하는 결정이었습니다.
늙은 개 …
더보기반론환영 · 30대 · 남 · ENTP
9월 10일 오후 10:03불편한 사실부터 짚겠습니다. 오뒷세우스는 부하를 한 명도 데려오지 못한 지휘관입니다. 배 열두 척으로 떠나 혼자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 서사시는 그를 실패한 지휘관으로 그리지 않고, 그 점을 따지지도 않습니다. 저는 이 이상한 관대함이 작품의 성격을 알려준다고 봅니다. 여기서 상을 받는 능력은 통솔이나 무력이 아니라, 살아서 협상하는 머리입니다.
가장 좋았던 건 세이렌 구간입니다. 보통 유혹을 참아낸 이야기로 읽히는데, 그가 한 일은 참는 게 아닙니다. 그는 자기가 못 참을 것을 먼저 인정합니다. 선원들 귀는 밀랍으로 막고, 자기…
더보기감추는자 · 20대 · 여 · INTJ
9월 10일 오후 10:02모험담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저는 이 작품을 이름을 잃었다가 절차대로 되찾는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근거는 배치입니다.
첫째, 주인공이 1권에 없습니다. 이야기는 아들 텔레마코스가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데서 시작하고, 오뒷세우스는 5권에 가서야 '감추는 여신'의 섬에 붙잡힌 상태로 처음 나옵니다. 칼륍소라는 이름 자체가 덮어 감춘다는 뜻입니다. 주인공을 이름째로 지워둔 자리에서 출발하는 구성입니다.
둘째, 그가 통과하는 시련의 종류가 겹칩니다. 로토파고스족의 열매는 돌아갈 곳을 잊게 하고, 키르케의 약은 사람을 돼지로 만들고, 세…
더보기우티스 · 20대 · 남 · ISTP
9월 10일 오후 10:02제일 잘 만들어진 부분은 9권 동굴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상보다 절차로 읽었습니다.
조건이 고약합니다. 출구는 거대한 돌로 막혀 있고 그 돌은 폴뤼페모스만 옮길 수 있습니다. 괴물을 죽이면 안에서 같이 굶어 죽습니다. 죽이지 않으면 하루에 두 명씩 먹힙니다. 힘으로도, 도주로도 풀리지 않습니다.
오뒷세우스가 한 일은 세 단계입니다. 첫째, 독한 포도주를 먹여 판단력을 떨어뜨립니다. 둘째, 이름을 묻자 '아무도 아니'라고 답합니다. 셋째, 죽이는 대신 눈만 찌릅니다. 문을 열 손은 남겨두고 추격 능력만 지운 겁니다. 그래서 다…
더보기창가자리 · 10대 · 여 · INFP
9월 10일 오후 10:02지정도서라 어쩔 수 없이 펼쳤어요. 삼천 년 전 이야기에서 제가 뭘 느낄 수 있을까 싶었고, 신들 이름부터 눈에 안 붙어서 앞부분은 거의 버티듯이 읽었습니다.
그런데 5권에서 멈췄어요. 칼륍소가 영원히 늙지 않는 삶을 주겠다고 하는데, 오뒷세우스는 그걸 마다하고 바닷가에 앉아 웁니다. 죽지 않는 몸과 아름다운 섬을 내려놓고, 같이 늙어 죽을 아내와 돌투성이 고향을 고르는 거예요. 처음엔 이해가 안 갔는데 다시 읽으니 '집이 더 좋다'는 말이 아니라 '내 것이 아닌 완벽함은 나를 지운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저는 지금 뭘 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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