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나무 · 30대 · 여 · ISFP
9월 10일 오후 10:03파도와 괴물의 이야기로 알고 펼쳤는데, 제게 남은 것은 집 안에서 벌어진 일들이었습니다. 페넬로페가 삼 년 동안 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좀 아득합니다. 구혼자들이 집에 들어앉아 남의 가축을 잡아먹는 동안, 그녀는 수의를 다 짜면 재혼하겠다고 약속하고 낮에 짠 것을 밤마다 되돌렸습니다. 끝나지 않게 하려고 자기 손으로 자기 일을 지우는 밤을 천 번쯤 반복한 셈입니다. 이걸 기다림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리는 게 저는 아쉬웠습니다. 기다림은 가만히 있는 것이지만, 그녀가 한 일은 매일 밤 새로 내려야 하는 결정이었습니다. 늙은 개 아르고스가 문간에서 주인을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다 죽는 짧은 장면, 유모가 발을 씻기다 흉터에 손이 닿아 떨던 장면도 오래 붙어 있었습니다. 이십 년을 증명하는 것이 무기나 이름이 아니라 몸에 남은 흔적이라는 게 좋았습니다. 제일 좋았던 건 마지막 시험입니다. 남편이 돌아왔는데도 페넬로페는 바로 안기지 않고, 침대를 다른 방으로 옮겨두라고 시킵니다. 그 침대는 뿌리 박힌 올리브 나무를 그대로 깎아 만든 것이라 옮길 수가 없습니다. 그걸 아는 사람만이 남편입니다. 그가 말이 안 된다며 화를 내는 순간, 그녀는 그를 알아봅니다. 두 사람이 먼저 나눈 것이 포옹이 아니라 확인이었다는 점이 오래 남습니다. 이십 년을 견딘 사람에게는 그게 순서였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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